본문 바로가기
문화 연예/영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어느 가족’, 혈연보다 깊은 유대의 힘

by Now65 2025. 6. 4.
반응형

어느 가족

 

일본 영화의 섬세한 터치와 묵직한 사회적 시선을 동시에 경험하고 싶다면,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어느 가족(万引き家族, Shoplifters)》 은 반드시 봐야 할 작품이다.
단순한 가족 드라마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날카로운 질문이 숨어 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혈연만으로 가족이라 부를 수 있는가?’


즐겁게 노는 어느 가족

❝가족이란 무엇일까❞

— 우리는 지금까지 가족을 어떻게 정의해왔는가?

 

가족.
그 단어는 참 익숙하면서도, 막상 설명하려 하면 복잡합니다.
우리는 태어나자마자 가족 안에서 자라고, 부모와 자식, 형제, 조부모로 연결된 혈연 중심의 구조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그 익숙함에 질문을 던집니다.
"그렇게만 살아도 정말 괜찮은 걸까?"
"피를 나누지 않으면, 가족이라 부를 수 없는 걸까?"

 

《어느 가족》 속 인물들은 법적 관계도, 혈연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 사이엔 정서적 유대가 존재하고, 삶을 함께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한 끼 식사를 같이 하고, 어깨에 기대고, 서로를 위해 거짓말도 마다하지 않죠.

 

이들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건 단순합니다.
가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진실.

사랑받고 싶고, 보호받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인간 본연의 욕구가 결국 가족이라는 형태를 만든다는 사실.


영화는 말없이 그것을 보여줍니다.
그게 이 작품이 묵직한 울림을 주는 이유입니다.


식사하는 가족

좁고 낡은 집, 그러나 따뜻했던 그들의 하루하루

이야기는 도쿄 외곽의 허름한 집에서 시작됩니다.
뭔가 많이 부족한 집. 빛도 잘 안 들고, 겨울에는 추워 보이는 공간이죠.
그런데 그 안에는 이상하게도 따뜻한 온기가 느껴집니다.

  • 오사무는 일용직 노동자.
  • 노부요는 세탁소에서 일하는 여자.
  • 쇼타는 부모가 버리고 간 소년.
  • 하츠에는 나이 든 할머니.
  • 그리고 학대받던 아이 유리, 이제는 린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소녀.

이들은 법적으로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하지만 서로를 돌보고, 먹이고, 챙기며 살아갑니다.
그 모습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서, 처음엔 진짜 가족이라고 착각할 정도입니다.


물건 훔치는 걸 지시하는 오사무

“훔친 가족”? 아니요. 선택한 가족입니다

이 영화의 원제는 일본어로 '만비키 가족(万引き家族)'입니다.
말 그대로 '도둑질하는 가족'이죠.


영화 속에서 이들은 마트에서 과자, 우유, 생필품을 훔치며 살아갑니다.
도둑질은 분명 나쁜 일이지만, 그들의 행동을 보고 있자면
‘정말 이게 범죄이기만 한 걸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리를 데려온 것도 마찬가지예요.
추운 겨울밤, 혼자서 벌벌 떨고 있던 아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시작된 동거.
그 아이는 이제 가족이 되었고, 그 가족 안에서 웃으며 자랍니다.

오히려 ‘진짜 부모’라는 사람은 유리를 때리고 무시했던 사람이었죠.


유리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노부요

그 어떤 대사보다 강력했던 '침묵'과 '눈빛'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감독 특유의 연출력입니다.
불필요한 설명은 없습니다.
이야기를 길게 늘어놓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등장인물의 눈빛, 손짓, 정적만으로도 모든 것이 전해집니다.

특히 키키 키린 배우가 연기한 할머니 ‘하츠에’는 정말 인상 깊습니다.
그녀는 말수가 적지만,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을 울립니다.

“그 애가 불쌍해서 데려왔냐고? 아니, 데려왔더니 가족이 됐어.”

 

이 한마디에 모든 게 담겨 있죠.
가족이란 건, 만들 수 있는 거고,
마음만 있다면 피를 나누지 않아도 충분하다는 메시지.


유리를 되돌려 주러 가는 두 사람

영화 후반부, 밝혀지는 진실과 무너지는 평온

하지만 이들의 평화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경찰의 개입, 숨겨진 진실, 뒤늦게 밝혀지는 과거…

이제 관객은 고민에 빠집니다.

  • "이 사람들은 범죄자인가?"
  • "아이를 데려온 건 유괴인가?"
  • "가난을 이유로 도둑질을 정당화할 수 있을까?"

그리고 더 깊은 질문을 하게 되죠.
"법적으로 옳다고 해서, 정말 도덕적으로 옳은 걸까?"
"아이에게 필요한 건 혈연일까, 사랑일까?"

 

영화는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대신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합니다.
그게 바로 이 영화의 힘입니다.


물건을 훔치는 노부요와 쇼타

이 영화가 주는 여운, 그리고 따뜻한 통찰

《어느 가족》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작품입니다.

 

하지만 상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입니다.

  • 가족의 정의는 법으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 사랑하고 돌보는 마음이 가족을 만든다
  • 사회는 약자에게 냉정하다
  • 하지만 인간은 그 안에서도 따뜻함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영화를 보고 나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내가 지금 곁에 있는 가족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혹시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있진 않았을까?”


 

 

💡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가족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정의하고 싶은 분
✅ 사회적 약자와 공동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싶은 분
✅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드라마를 찾는 분
✅ 철학적인 메시지가 담긴 영화에 관심 있는 분


《어느 가족》 을 보고 난 후 생각해볼 3가지

  1. 나에게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2. 공동체란 무엇으로 만들어지는가?
  3. 법과 도덕은 항상 옳은가?

어느 가족

 

마무리하며

《어느 가족》은 단순한 영화 그 이상입니다.
그 안에는 우리가 놓치고 있던 ‘소중한 가치’가 담겨 있어요.
피가 아니어도, 법이 아니어도
진심으로 함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조용히 말해요.

“가족은 만들 수 있다.
진심만 있다면.”

 

그리고 그 메시지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습니다.
우리는, 지금보다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