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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연예/도서

위화 장편 소설 『인생』 리뷰-잃고 또 잃으면서도 살아내는 이유

by Now65 2025. 6.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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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Now65입니다. 

얼마전, 한참 전에 사서 방치했던 책, 즉 세계가 사랑하는 중국 최고의 작가로 꼽히는 위하의 장편소설 '인생'을 읽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 후기 글을 남겨 봅니다. 

우선 그가 한국어판 서문에 쓴 내용을 살펴본 후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께요^^

푸구이와 소


≪한국어판 서문 중에서≫

"≪인생≫이라는 작품은 개인과 운명의 우정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것이 가장 감동스러운 우정이다. 

왜냐하면 그 둘이 서로 감사하면서도, 동시에 서로 증오하기 때문이다. 

사람과 그의 운명은 서로 상대방을 포기할 방법이 없고, 서로 원망할 이유도 없다.

   그들은 살아가는 동안은 흙먼지 풀풀 날리는 길을 함께 가고, 죽을 때는 빗물과 진흙 속으로 함께 녹아든다.

아울러 ≪인생≫은 사람이 어떻게 엄청난 고난을 견뎌내는가에 관한 이야기다. 중국 속담에 '머리 카락 하나에 삼만 근을 매달아도 끊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또한 나는 ≪인생≫이 눈물의 넓고 풍부한 의미와 절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있다고 믿는다."


『인생』 책 개요

📌 도서명

인생 (원제: 活着, To Live)

 저자

위화(余华)
– 중국을 대표하는 현대문학 작가
– 사실주의적 문체와 강한 사회비판의식, 인간 본성에 대한 탐구로 유명
– 대표작: 『허삼관 매혈기』, 『형제』, 『제7일』

 출판 정보

  • 최초 출간 연도: 1993년 (중국)
  • 한국어판 출간: 1998년
  • 출판사 (한국어판 기준): 푸른숲
  • 장르: 장편소설 / 리얼리즘 소설 / 휴먼 드라마

책의 배경 및 줄거리 요약

『인생』은 중국 현대사의 격변기를 배경으로, 한 남자의 일생을 통해 ‘삶’의 본질을 조명하는 작품입니다.
주인공 푸구이(福贵)는 한때 부유한 지주의 아들이었지만, 도박과 방탕한 삶으로 모든 것을 잃고 몰락합니다.
그 후 전쟁, 정치적 혼란, 사회 구조 변화 속에서 가족과 소중한 사람들을 차례로 잃으며 살아가는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하지만 푸구이는 생을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그는 절망과 상실 속에서도 '그저 견디며 살아갑니다'.
한 마리 늙은 소와 함께 생의 끝자락에 선 그는, 여전히 밭을 갈며 매일을 그렇게 살아갑니다.


영화

이 소설은 1994년 장이머우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 <인생>으로 제작되었으며,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 및 남우주연상(여우극 역, 궈요우) 수상으로 국제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단, 원작과 영화는 결말과 일부 줄거리의 전개 방식이 다릅니다.)


당신에게 ‘인생’이란 어떤 단어인가요?

누군가에겐 설레임이고, 또 누군가에겐 고통일지도 모릅니다.
중국 작가 위화(余华)는 그의 장편소설 『인생』을 통해 이 단어의 무게를 서서히, 그러나 깊숙이 독자의 가슴에 새겨 넣습니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어느 순간 푸구이라는 이름의 한 남자에게서 우리 자신을 보게 됩니다.

『인생』은 소설이지만, 그 안의 감정은 너무도 현실적이고 생생해서 차마 소설이라 말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 속엔 웃음보다 눈물이 많고, 희망보단 절망이 많지만, 이상하게도 책을 덮는 순간 살고 싶다는 강한 의지가 피어올랐습니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길을 잃은 인간

푸구이는 원래 부잣집 외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젊은 시절 방탕한 삶, 도박과 여자에 빠져 집안은 몰락하고, 결국 가족까지 책임져야 하는 완전히 다른 삶이 시작됩니다.

그는 국공내전에 끌려가 전쟁의 참상을 겪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와 가족과 재회하지만, 삶은 그에게 멈출 틈조차 주지 않습니다.
대약진운동과 문화대혁명이라는 정치적 격변은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무자비하게 삼키죠.
푸구이도 그 소용돌이 속에서 자식과 아내, 친구와 미래를 하나씩 잃어갑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푸구이의 진짜 ‘사람다움’은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 나타납니다.
그의 삶은 시대의 역사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름 없는 인간의 우여곡절 많은 삶을 그리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가족, 그리고 그와 삶을 함께한 이름들

이 소설에서 가장 뭉클한 지점은 푸구이가 사랑했던 사람들입니다.
아내 ‘자전’은 푸구이의 몰락과 가족의 비극을 끝까지 함께한 인생의 동반자였고, 아들 ‘유칭’은 그를 이어줄 희망이었지만 어린 나이에 과도한 헌혈로 인해 병원에서 목숨을 잃습니다.
딸 ‘펑샤’는 청각장애인 이었고, 그녀 역시 출산 중 과다 출혈로 생을 마감합니다.

그리고 사위 얼시, 외손자 쿠건 모두 허무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그의 곁에는 이제 손자 쿠건이 죽은 후, 소시장에서 도살장으로 끌려갈 운명에 처해 있던 소를 차마 외면할 수 없어 산 바로 그  소 한 마리만 남게 됩니다. 푸구이의 마지막 남은 친구이자 가족인 셈이죠.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 가는 것, 그것이 인생 

우화는 이렇게 말합니다.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지, 그 이외의 어떤 것을 위해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이 문장은 『인생』을 읽는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푸구이라는 인물이 반복해서 떠올리는 말이자, 사실상 이 소설의 핵심 주제입니다.
삶이란,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화려하지도, 감동적이지도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화가 말했던 것처럼 그저 살아가는 것 자체를 위해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일지도 모릅니다.


📌 지금은 지금, 다음은 다음 (영화 : 퍼팩트 데이즈 중에서)

많은 소설과 영화는 위기를 극복하는 주인공을 그리고, 관객은 그 극복의 순간에서 감동을 받곤 합니다.
하지만 『인생』에서 푸구이는 자신의 삶을 극복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는 ‘그저 살아갈 뿐인 사람입니다’
아내가 죽고, 아들이 죽고, 딸마저 죽습니다.
정말이지 더는 잃을 것도 없는 남자에게, 세상은 또 다른 이별(사위와 손자의 죽음)을 안겨줍니다.

그런데도 그는 아침에 눈을 뜹니다.
땅을 갈고, 밥을 지으며, 늙은 소와 함께 하루를 살아갑니다.
무언가를 바꿔내는 것도, 세상을 이겨내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오늘을 살아가는 것, 그 자체가 삶일 수 있다는 걸 푸구이는 보여줍니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날들

 

『인생』의 가장 마지막 장면은, 푸구이가 늙은 소와 함께 밭을 갈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모습입니다.
사람 하나 없는 들판, 지는 해, 그리고 낡은 농기구를 끌고 가는 푸구이와 소.

그 장면은 비극도 희극도 아닌, 자연스러운 '받아들임'입니다.
그가 거기 존재하고 있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삶의 지속을 의미합니다.

오늘을 사는 사람은 모두 ‘그저 오늘을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뭐 거창한 의미고 뭐고 없습니다. 그저 그렇게 살아갈 뿐인 것입니다.
그리고 『인생』은 그 살아감을, 슬픔이 아닌 자연스러움이라고 얘기합니다.


🔍 푸구이의 인생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

우리는 종종 묻습니다.
“왜 이렇게 사는 걸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인생』은 말합니다.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이유야.”, “살아 있는 순간, 네가 모든 것을 갖고 있는 거야.”

푸구이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깨닫게 됩니다.
인생이란 결국, 아무리 아파도, 아무리 잃어도, 끝내 그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의 이야기라는 것을.

그는 더 이상 바랄 것도,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밭을 갈고, 밥을 먹고, 하늘을 봅니다.
그것이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입니다.


 

마무리하며

푸구이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습니다. 흔히들 이렇게 말합니다  "난 말이지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몸이야"라고...

누군들 그렇지 않겠습니까? 삶이란 수 많은 고통, 절망, 슬픔 그리고 너무나도 작은 기쁨의 연속 아닌가요?
다만, 부조리한 세상에서도  무너지지 않고 스스로 현재 자신의 삶을 그저 견디며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인생이라는 것을 아는 것, 그리고 그것이 제일 중요한 것이라고 우화는 이 책 ≪인생≫에서 이야기 합니다.


참 고 : 

1. 인생 영화 추천: '포레스트 검프'를 통해 배우는 삶의 철학

2. 알베르 카뮈 『페스트』 독후감 – 절망 속 희망을 건져낸 실존주의 소설

3. 퍼펙트 데이즈, 고요하게 물든 하루 – 영화 '퍼펙트 데이즈'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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