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존슨 『지식인의 두 얼굴』 독후감
“지식인은 과연 믿을 수 있는 존재인가?”
한 권의 책이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은 곧 통찰로 이어진다.
『지식인의 두 얼굴』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지식인은 언제나 옳다’는 우리의 무의식적인 믿음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리는 좋고, 그 말은 그럴듯 하지만, 그 삶은 이중적인 사람들, 즉 "이중적인 지식인들"을 이 책《지식인의 두 얼굴》에서 냉철하게 파헤친다.
이 책에서는 철학, 문학, 정치, 과학의 영역에서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들의 위대한 말과 업적 이면에는 거짓과 위선이 숨어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그 모습은 놀랍도록 현실적이며, 우리 자신의 그림자 같기도 하다.
책의 기본 정보 한눈에 보기
- 책 제목: 지식인의 두 얼굴 (Intellectuals)
- 저자: 폴 존슨 (Paul Johnson)
- 출판년도: 원서 1988년 / 국내 번역본 다수 출간
- 장르: 논픽션 / 인물비평 / 을유문화사
- 페이지 수: 약 600페이지 내외 (번역본 기준)
《책에서》
"이제는 지식인들의 행동을 공적 · 사적인 모든 면에서 검토해 볼 때다. 특히, 필자는 윤리적 · 도덕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지식인들이 인류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를 가르칠 자격이 있는지 검토하고자 한다. 지식인들은 그들의 삶을 어떻게 살았는가? 가족과 친구, 동료에게 얼마나 정직하게 행동 했는가? 그들은 성적 · 금전적 문제에서 올바르게 행동했는가? 그들은 진실한 말을 하고, 진실한 글을 썼는가? 그들의 주장은 시간과 실천의 시험을 어떻게 견뎌냈는가?"
"우리에게 진리를 설파한다고 주장하는 지식인들의 실제 삶을 들여다 보고, 그들이 자신들이 말한 바를 얼마나 충실히 삶으로 살아내고 있는지를 검증해 봐야만 한다."
"관념보다 인간이 중요하다"
"자신이 고안한 유니폼을 입고 대중 매체를 한껏 활용하며 화려한 언변을 자랑하는 지식인들을 조심하자"
“왜 종종 지식인은 표리부동한가?”
폴 존슨이 말하는 지식인의 정의는 단순하다.
"자신의 말과 글을 무기로 대중에게 영향을 끼치려는 사람."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그들의 말은 위대하다고 대중에게 평가 받지만, 그들의 실제 삶은 그들의 위대한 말과는 전혀 상관 없다는 점, 아니 때로는 정반대라는 점.
예를 들어,
- 루소는 ‘자연과 교육’을 말하면서 다섯 자녀를 모두 고아원에 보냈고,
- 마르크스는 ‘노동자 해방’을 주장하면서 자신은 무위도식하며 가정부를 착취했으며,
- 톨스토이는 ‘무소유’와 ‘비폭력’을 외치면서 가족에게는 독단적이고 폭력적인 남편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그들은 비록 남들보다 똑똑했지만, 그 지식을 자기 성찰보다 타인 설득에 주로 사용했기 때문은 아닐까?
위대한 사상을 만들어 낸다는 것과 그 사상을 살아낸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라는 것을 이 책은 말해준다.
지식인 숭배의 어두운 그림자
우리는 지식인을 본능적으로 신뢰하고 따르려는 경향이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말 잘하고, 복잡한 사유를 쉽게 설명하고, 멋진 철학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폴 존슨은 묻는다.
“그들의 말이 곧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가?”
우리 모두는 ‘유명인의 명언’에 쉽게 감동하고, TED 강연자나 베스트셀러 작가의 말을 진리처럼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그 말의 진정성은,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고 또한 지금 어떻게 살고 있는지를 통해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식인의 두 얼굴』은 이 맹신의 구조를 와장창 허물어버린다.
훌륭한 말의 이면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안엔 무책임, 위선, 권력욕 등으로 가득 차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주요 인물 분석(책의 목차를 따라서)
▷ 장 자크 루소 : 위대한 정신병자
▷ 퍼시 비시 샐리 : 냉혹한 사상가
▷ 칼 마르크스 : 저주받은 혁명가
▷ 헨리크 입센 : 거짓 유형의 창조자
▷ 레프 톨스토이 : 하느님의 큰형
▷ 어니스트 헤밍웨이 : 위선과 허위의 바다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이념의 꼭두각시
▷ 버트런드 러셀 : 시시한 논쟁
▷ 장 폴 사르트르 : 행동하지 않는 지성
▷ 애드먼드 윌슨 : 구원받은 변절자
▷ 빅터 골란츠 : 고뇌하는 양심
▷ 릴리언 핼먼 : 뻔뻔한 거짓말
▷ 조지 오웰에서 노엄 촘스키까지 : 이성의 몰락
《지식인의 두얼굴》은 그들의 인생을 도덕적 잣대로 단죄하려는 의도는 없는 것같다.
다만, “그들이 지식인으로서 책임 있는 삶을 살았는가?”를 진지하게 탐구한 책이다.
지식의 윤리와 실천의 균열
지식이 많다고 해서 사람이 성숙해지는 것은 아니다.
지식은 판단력과 분별력을 키워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삶의 방식으로 전환되지 않으면 오히려 오만함만 키우게 된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깊이 느낀 점은, 지식은 도구일 뿐이며, 그 도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전적으로 ‘인격’에 달려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언제든 스스로를 '지식인'이라고 여기며 타인의 삶을 조종하고 간섭하거나 판단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하지만 폴 존슨은 경고한다.
“그 지식이 그들의 실제 삶으로 뒷받침 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그 지식이 위대해 보여도, 결국 대중을 현혹하는 무서운 무기가 될 수도 있다.”
✨ 책을 읽고...
이 책은 지식인을 비판하는 동시에,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나는 과연
- 남을 평가하기 전에 내 삶을 먼저 성찰하고 있는가?
- 표리부동하지 않은가?
이런 자문을 반복하며 책장을 넘겼다.
『지식인의 두 얼굴』은 읽는 이로 하여금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만든다.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한편으론 과연 한 인간을 도덕과 윤리라는 잣대만으로 평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가?라는 의문도 드는 것이 사실이다.